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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마블링=고급' 등식에 칼 댄다
작성자 운영자 등록일 2016.03.21 조회 3,560

[정부, 다른 기준 추가 방침에 농가 "한우 맛 포기하나" 반발]

지금까진 마블링 양만 따져… 앞으론 조직감·마블링 모양 등
질적 기준 반영 늘리려 해… 1·2·3등급 서열식 명칭 개선도
마블링 위해 사육 방식 바꾼 농가 "수입육과 차별화하라더니…"

'원뿔(1+)' '투뿔(1++)' 등으로 한우를 분류하는 현행 소고기 등급 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등급 결정의 주요 요소인 '마블링(근내 지방)'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블링이란 고기 사이에 든 하얀 지방질로, 고기의 풍미를 더해주고 육즙이 덜 빠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해 9월부터 소고기 판정 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블링에 따라 등급이 좌우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먹는 맛(조직감) 등의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마블링의 '양'뿐 아니라 모양·형태·섬세함 등 마블링의 '질'까지 고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현 등급 명칭이 투뿔(1++) 원뿔(1+) 등 서열식으로 돼 있어 소비자들에게 낮은 등급의 소고기가 안 좋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새로운 등급 명칭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등급제 개선안 초안은 오는 6월쯤 발표된다. 이에 대해 한우 농가에서는 "마블링이야말로 한우의 맛"이라며 등급제 개편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마블링에 따라 결정되는 소고기 등급

현행 소고기 등급제는 소 도체를 1++, 1+, 1, 2, 3 등 육질 5등급과 A, B, C 등 육량(버리는 지방 등을 제외하고 먹을 수 있는 고기의 비율) 3등급으로 매긴다. 이 중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것이 맛을 좌우하는 육질 등급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마블링, 지방색, 고기색, 조직감, 성숙도 등 5가지가 평가 항목이지만, 사실상 99%는 마블링이 결정해왔다"며 "마블링 양이 많을수록 좋은 예비등급을 부여한 뒤, 다른 항목에 하자가 있을 경우만 등급을 하향 조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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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블링=고급' 공식은 최근 '마블링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소비자 1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마블링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답했다.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답변도 64.3%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한우 가격이 비싼 원인을 마블링에서 찾는다. 지방의 양을 늘리기 위해 소를 장기 사육하다보니 사료값이 더 들어가고, 못 먹고 버리는 지방의 양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손숙미 가톨릭대 생활과학부 교수는 "한우가 미국산 소고기에 비해 올레인산 등 불포화지방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육류의 포화지방은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해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우 농가는 "마블링이야말로 한우의 맛"이라며 등급제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1인당 연간 소고기 섭취량이 10.8㎏으로 미국 37.4kg, 호주 35.1kg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한우 지방에 대한 우려가 과장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일일 소고기 섭취량 30g을 전부 '1++' 등급으로 먹어도 지방 섭취량은 하루 기준치인 51g에 못 미치는 5g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블링 강화 위주로 진행된 한우 개량

한우 농가가 반발하는 이유는 그동안 한우 개량 사업이 마블링 많은 한우를 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의 육질을 결정하는 건 60%가 유전, 20%가 사료, 20%가 사육 환경이라고 보는데, 지금까지 유전·사료·사육환경 모두 '마블링'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돼 왔다. 특히 2000년대 초반 FTA를 앞두고 정부가 외국 소고기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품질 차별화'로 가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마블링 위주 개량에 속도가 붙었다.
마블링의 원조라고 알려진 미국의 경우 소고기 육질을 프라임, 초이스, 셀렉트, 스탠더드 등 8등급으로 구분한다. 가장 높은 등급인 프라임의 경우에도 마블링 함유량은 대략 8.6~10.4% 정도다. 1?? 등급 한우의 지방률 17~19%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반면 소고기를 다섯 등급으로 나누는 일본의 경우 최고급 등급인 5등급의 지방률이 22.5~31.7%에 이른다. 한우 개량 사업은 미국 소고기보다는, 일본 소고기를 모델로 진행돼 왔다. 1~3등급이었던 육질 등급에 1?등급(1997년)과 1??등급(2004년)을 도입해 일본처럼 5등급제를 정착시켰다. 육질이 상향 평준화돼 지난해 등급판정을 받은 한우(거세우 기준) 중 84.6%가 육질 1등급 이상이었다.

하지만 등급제가 새롭게 개편되면 씨수소, 사료, 사육 환경 등 그동안의 생산 방식을 다 바꿔야 한다. 한우개량사업소 이성수 검정부장은 “현재 농가에서 사육 중인 암소들을 개량하려면 적어도 3세대, 10년 이상이 필요하다”며 “향후 수입 소고기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 뒤 한우가 가격, 맛 등 어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지금까지 진행된 한우 개량 방향 등을 고려해볼 때 현행 제도를 단기간에 개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 소비자들이 건강을 중시하는 현재의 추세에 맞춰서 제도를 점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양모듬기자 : 입력 : 2016.03.21 03:05 | 수정 : 2016.03.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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