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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최윤현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장
작성자 정민희 등록일 2011.06.16 조회 3,121


월요초대석- 최윤현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장


'구제역' 지난해 연말부터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글자다. 축산농가에서는 자식처럼 키우던 수십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됐다. 먹이를 주며 몇년간 자라는 과정을 지켜봐온 축산농가는 하루아침에 생명을 잃어가는 잔인한 모습도 지켜봐야 했다.

올해 초부터 '구제역'이라는 단어가 차츰 뜸해지더니,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축산농들의 마음속에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최윤현(사진·62)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장도 축산농가의 한 사람으로 당시 고통을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전날까지만 해도 동네어귀에 모여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이웃과도 만나지 못했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축사주변 통제선을 경계로 서로 떨어져 큰 소리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소독을 하고, 축사의 소들을 살폈다. 하루하루 소들이 무사하기만을 빌었다.

최 조합장이 키우는 250여 두의 한우는 다행히 이번 구제역 파동을 무사히 견뎌냈다. 하지만 다른 36가구의 조합원들의 한우 2천800두는 모두 살처분됐다.

한 조합원은 애지중지 키우던 수백마리의 소를 땅에 묻었다. 밤이 되자 묻었던 땅에서 소의 울음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퍼졌다. 숨통이 끊어지지 않은 채 묻힌 소의 처절한 울음이 매몰지의 파이프를 통해 땅 위로 흘러나온 것.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모두 845명(4월7일 현재). 키우는 한우는 지역의 약 10% 정도인 6만 두 정도다.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농가는 통계상으로는 많지 않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가슴 졸인 그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 조합장은 이번 구제역 파동의 원인을 축산농가로 지목한 것이 잘못됐다고 했다. 또 농가에게만 책임을 떠넘겨 농가의 고통이 커졌다고 했다.

"처음 정부에서 구제역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한 축산농가라고 했지만, 결국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지금은 이번 구제역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며 "관계기관에서 방역초소를 세워 소독하고, 떠들썩하게 했지만 막지 못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방역체계의 허술함도 지적했다.

"농가와 함께 현장에서 호흡하는 시·군의 관계자들은 중앙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수동적인 움직임만 보였다. 중앙정부는 각 지역지역 세세한 목소리와 현장의 상황을 다 알 수가 없었지 않느냐"며 "구제역 대처 매뉴얼이 없으니 우왕좌왕했고 그것이 이번 구제역 파동의 큰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조합장은 "소독안하면 벌금, 매일매일 일지를 쓰지 않으면 벌금, 이번 구제역 때문에 농민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만큼 힘들었다"며 "축산농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한마디로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구제역이 잠잠할 때쯤,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의 임직원들은 피해농가를 직접찾아 위로했다. 그렇게 840여 명의 조합원들은 구제역을 이겨내고, 다시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축산농가에게 '제2의 출발'일 수 있는 올해, 최 조합장은 신임 조합장이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축산업에 뛰어들었고, 40여 년동안 외길을 걸어왔다. 2001년부터 조합이사로 지내다 지난달 23일 투표로 조합장에 당선됐다. 지난 7일 취임했다. 그만큼 그의 어깨가 무겁다.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은 지난 2000년 순수 축산농가의 힘으로 세워진 조합이다. 한우사육의 전문성을 높이고, 한우의 질적 우수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농민들의 판로 등을 위해 농민들이 스스로 만들었다.

조합원이 많은 축협이나 농협 등의 종합농협은 복합적이라 한우전업농가를 지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 조합장은 "한우와 관련한 브랜드가 많지만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이를 유지 관리할 수 있는 한우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30두 이상 한우를 키우는 전업농가 조합원들이 모여 조합을 만들었다"고 했다.

24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한 경북대구한우협동조합은, 30두 이상 사육, 전업농가라는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840명이 넘는 조합원이 있다. 이들은 사료를 공동구매하고, 생산한우를 공동판매한다. 육가공공장도 조합에서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 중간상인이나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정상가격을 받으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또 한우맛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가장 한우다운 맛, 그 어떤 첨가재료를 넣지 않은 순수 고기 맛을 알리기 위해 사료나 사육방법 등도 수시로 교육한다. 대구경북 각지에 흩어진 조합원들인만큼 집체교육이 아닌 농가를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맞춤식 교육을 해준다.

꼭 조합이 기술개발, 생산단가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우위, 복리후생 등 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일까? 한우조합의 상표는 '한우왕'이다. 한우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는 자신감있는 모습을 이미지화 했다. 여기에 왕이 입는 '어의'까지 입혔다. 순수 전업농가의 정성으로 키운 한우라는 자신감에 품격은 물론 맛에서 최고라는 의미라고 했다.

한편 구제역으로 상심이 큰 지역 축산농가지만, 최 조합장은 앞으로 큰 포부도 있다.

한우조합은 대구지역에 한우 먹거리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5~10층의 한우상가를 세워 이 일대를 시민들로 다양한 한우의 맛을 볼 수 있는 명소로 만들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대구시의 협조와 장소만 마련되면 본격 사업착수의 여력은 충분히 있다.

특히 올해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맞춰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한우의 맛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할 계획이다. 한우조합의 설립취지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우수하고 경쟁력있는 한우고기를 알리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는 "10년이 넘게 조합원끼리 힘을 합쳐 키운 조합이 구제역파동도 잘 견뎌냈다"며 "우리지역의 농가를 위해 앞으로 '복지조합'을 만들겠다. 여러가지 힘든때를 보내는 한우농가의 힘이 되는 일이라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심철기자 dark@kyongbuk.co.kr

출처 : 경북일보 2011년 4월 11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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